인사이트 로그 (Insight Lo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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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달러 환율 1300원대 복귀 | 두 달 새 170원 빠진 이유

두 달 만에 170원, 이렇게 빨리 빠진 적이 있었나요

원달러 환율 1300원대 — 두 달 만에 170원, 이렇게 빨리 빠진 적이 있었나요

6월 초 1,560원대를 넘보던 원·달러 환율이 8월 21일 오후 1,386원대까지 내려왔습니다. 두 달 남짓한 사이에 170원 넘게 빠진 셈이죠. 수입 물가가 내려가니 반가운 소식처럼 들리는데요. 그런데 정작 시장과 수출 현장의 표정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습니다. 어떤 힘이 이 숫자를 끌어내렸고, 누구에게 무엇이 달라지는 걸까요.

10개월 반 만에 깨진 1400원, 마지막은 작년 10월 2일이었습니다

원달러 환율 1300원대 — 10개월 반 만에 깨진 1400원, 마지막은 작년 10월 2일이었습니다

지난 19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1,397.7원에 거래를 마쳤습니다. 종가가 1300원대로 내려온 건 지난해 10월 2일(1,399.5원) 이후 10개월 반 만입니다. 하락세는 이번 주에도 이어졌습니다. 21일 오후 3시 30분 기준으로는 1,386.5원, 전 거래일 주간 종가보다 6.1원 더 내렸습니다.

불과 두 달 전만 해도 이 숫자는 정반대 방향을 가리키고 있었습니다. 6월 초 환율은 1,560원 선을 위협했는데요.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3월 이후 17년 만의 최고 수준이었습니다. 두 달 만에 방향이 통째로 뒤집힌 셈입니다.

먼저 달러가 약해졌습니다, 그런데 그건 절반입니다

바깥 사정부터 보죠. 미국의 소매판매와 물가 지표가 잇따라 시장 예상을 밑돌면서 추가 금리 인상 기대가 식었습니다. 한국일보 보도에 따르면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 기준으로 9월 기준금리 동결 확률이 65% 안팎까지 올라왔다고 합니다. 금리를 더 올리지 않으리라는 전망은 곧 달러 약세로 이어지죠.

그런데 달러 약세만으로는 설명이 부족합니다. 달러가 약해지면 다른 통화들도 함께 강해지기 마련인데, 같은 기간 원화는 유독 빠르게 강해졌거든요. 나머지 절반은 우리 안에 있었습니다.

SK하이닉스 환전에 법인세까지, 8월에 몰린 달러 공급

대신증권 분석을 보면 그림이 또렷해집니다. 7월에는 SK하이닉스의 미국 주식예탁증서(ADR) 발행 대금 환전이 있었고, 8월에는 기업들이 법인세 중간예납을 하려고 달러를 원화로 바꾸는 수요가 이어졌습니다. 둘 다 규모가 큰 데다 시점이 정해져 있어 시장에 한꺼번에 달러가 풀립니다.

여기에 반도체 기업들이 예전처럼 월말에 몰아서가 아니라 상시로 달러를 팔기 시작한 변화가 겹쳤습니다. 상반기 환율을 밀어 올렸던 외국인의 주식 매도세도 7월 증시 조정 이후 상당 부분 잦아들었고, 오히려 지금은 외국인이 달러를 파는 쪽에 서 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달러를 살 사람은 줄고 팔 사람은 늘었으니, 값이 내려가는 건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장바구니 물가는 이미 두 달째 내렸습니다

환율이 내리면 우리가 사 오는 물건값이 가장 먼저 반응합니다. 한국은행 통계를 보면 7월 수입물가지수는 160.09로 6월(161.71)보다 1.0% 내렸습니다. 두 달 연속 하락인데요. 7월 평균 환율이 1,497.43원으로 6월(1,527.3원)보다 2.0% 낮아진 영향이 컸습니다. 두바이유가 배럴당 79.45달러에서 76.75달러로 3.4% 내린 것도 보탬이 됐고요.

반대로 수출 쪽은 반도체 가격 강세 덕에 물가가 올랐습니다. 사 오는 건 싸지고 파는 건 비싸졌으니 교역조건이 크게 개선된 셈입니다. 수입 물가가 내려가면 시차를 두고 소비자물가에도 숨통이 트입니다.

다만 8월까지 낙관하기는 이릅니다. 8월 들어 평균 환율은 전월보다 5% 가까이 더 내려갔지만, 중동 긴장이 다시 고조되며 국제유가가 7% 넘게 올랐습니다. 8월 수입물가는 오를 요인과 내릴 요인이 섞여 있다는 것이 한국은행 설명입니다.

"환율 오르면 수출에 좋다"는 말, 절반만 맞습니다

환율이 내리면 수출기업이 손해라는 이야기가 늘 따라붙습니다. 달러로 번 돈을 원화로 바꿀 때 금액이 줄어드니 틀린 말은 아니죠. 실제로 반도체와 자동차처럼 해외 매출 비중이 큰 기업일수록 원화로 환산한 실적이 줄어듭니다.

그런데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이 수출 실적이 있고 재무 정보가 공개된 기업 1만8,371곳을 분석한 결과는 조금 다른 그림을 보여줍니다. 환율이 10% 오르면 단기적으로는 61.8%의 기업이 영업이익률 개선을 경험했습니다. 다만 그 폭은 2%포인트 안팎에 그쳤고, 고환율이 길어지면 오히려 80.1%의 기업에서 영업이익률이 떨어졌습니다.

원자재와 부품을 달러로 사 오는 비용이 시차를 두고 따라붙기 때문입니다. 고환율의 단맛은 짧고 쓴맛은 길게 남는다는 뜻인데요. 뒤집어 보면 환율 하락이 수출기업에 무조건 악재라고 단정하기도 어렵습니다. 원가 부담이 함께 줄어드니까요.

27일 금통위와 1,350원, 두 개의 시험대

앞으로가 관건인데요. 대신증권은 연말까지 등락 범위를 1,350~1,460원으로 제시하며, 달러 매도 우위가 이어지면 연내 1,350원까지 더 내려갈 수 있다고 봤습니다. 반도체 기업의 주주환원과 국내 투자 과정에서 추가 환전 수요가 나올 수 있다는 점도 근거로 들었습니다. 반면 두 달 만에 170원 넘게 움직인 만큼 한 방향으로만 흐르기보다 상당한 변동성을 보일 것이라는 신중론도 함께 나옵니다.

가까운 분기점은 8월 27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입니다. 한은은 지난 7월 16일 기준금리를 연 2.50%에서 2.75%로 올린 바 있는데요. 환율이 안정되면서 연달아 올릴 이유는 줄었다는 관측과, 성장세와 근원물가를 보면 추가 인상이 여전히 필요하다는 시각이 맞서고 있습니다. 우리금융경영연구소는 환율 하향 안정을 이유로 이번에는 2.75% 동결을 예상했습니다.

한 줄 정리

이번 환율 하락은 달러 약세와 국내 달러 공급 급증이 겹친 결과로, 물가에는 이미 도움이 되고 있지만 수출기업에는 득실이 엇갈린 채 8월 27일 금통위를 앞두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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